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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와의 대화/어린이 환자를 위하여16

35.엄마가 없는 건 싫어 어린아이를 치료하기 위해 엄마와 떼어놓아야만 할 때 또다시 대화는 난관에 부딪히게 된다. 보통 어린이를 부모와 떼어놓게 되면 아이는 굉장한 불안과 슬픔에 빠지게 된지만 이 두려움을 잘 표현하지 못한다. 이럴 때 어린이의 감정표현 방식 중 가장 많이 나타나는 것은 엄마와 떨어지자마자 울음을 터뜨리거나 헤어지기 직전에 엄마를 큰 소리로 불러대는 것이다. 그렇지만 어린아이가 항상 이런 식으로 행동하는 것은 아니다. 엄마가 떠나도 전혀 울지 않는 아이가 있고, 또 울더라도 금세 언제 울었냐는 듯이 울음을 멈추는 아이도 있다. 이런 아이들은 엄마가 떼어 놓고 가도 무관심하고 찾지도 않는다. 어찌 보면 이런 아이들은 자신에게 일어나고 있는 모든 사건에 무감각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아이가 온순하고 태연해 보여도 .. 2020. 6. 3.
34.'두려워하지 말라'고 하지 마세요 여기서는 아이들이 가질 수 있는 신체 손상이나 외과적 처치, 마취에 대한 두려움을 보여주는 또 다른 증례를 소개하겠다. 여기서 소개되는 증례는 자신의 신체 손상에 대한 두려움을 좀 특별한 방식으로 처리하는 일곱 살 된 소년의 이야기다. 어느 날 일곱 살 된 남자아이가 칼로 두꺼운 판자를 잘라 비행기를 만들며 놀고 있었다. 비행기 만드는 것도 재미있었지만 칼을 만지면 안 된다는 부모님의 말씀을 어기고 있다는 비밀스러운 자신의 행동도 무척 재미있었다. 이렇게 한참을 푹 빠져 즐겁게 놀다가 그만 손을 베고 말았다. 손가락의 상처는 크고 깊어서 계속 피가 흘러나왔다. 놀란 아이는 비명을 지르면서 엄마에게 달려갔다. 엄마는 상처 입은 손을 즉시 붕대로 감아 지혈을 시켰고, 곧 아이를 병원으로 데리고 갔다. 상처가.. 2020. 6. 3.
33.잠, 마취, 죽음은 같은 거죠 어린이들이 두려워하는 것 중에 하나가 마취다. 어른들은 마취를 하면 곧 잠이 들 것이라고 안심시켜 줄 수 있지만, 이런 말을 들은 어린아이는 자신이 잠을 자고 있는 동안 어떤 무시무시한 일이 일어날지도 모른다는 막연한 두려움에 사로잡히게 된다. 그 때문에 편도선 수술이나 맹장 수술을 당연히 무서워한다. 그 외에도 수술중에 불구가 되거나 큰 상처를 입을지도 모른다는 상상으로 두려움에 빠진다. 그러나 이런 두려움은 쉽게 이해할 수 있지만, 영영 마취에서 깨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은 이해하기 어렵다. 개나 고양이와 같은 애완동물이 죽었을 때 "깊은 잠을 자고 있다"고 말하는 것을 부모에게 들은 적이 있는 아이는 마취를 할 때 죽음에 대한 공포가 더욱 심해진다. 특히 친척이 죽었는데 부모가 "그는 깊은 잠에.. 2020. 6. 3.
32.두려움에 우는 아이, 웃는 아이 밖으로 나타난 감정이 속으로 감춰진 감정보다 신체에 해를 덜 미친다. 이는 피하 주사를 맞으려고 병원에 온 7세 가량의 두 어린이의 사례에서 잘 나타나고 있다. 이 두 아이는 주사를 맞을 때 정반대의 반응을 보였고 그 결과가 크게 달랐다. 한 아이는 진찰실에 들어오자마자 자신은 의사를 싫어하며, 믿지도 않을뿐더러, 주사를 맞을 필요도 없다고 노골적으로 적대감을 표현했다. 주사기를 보여달라고 떼를 쓰다가, 막상 주사기를 보여주니 주사바늘이 너무 크고 뾰족하다며 큰소리로 울고 아우성을 쳤다. 그 아이는 계속해서 이것저것 물어오더니 자신을 그렇게 큰 주시를 맞을 수 없다고 버텼다. 마침내 진찰실 주위를 도망다니다가 문 밖으로 뒤쳐나가면서 욕까지 해댔다. 그러나 다른 한 아이는 이 아이와는 반대로 진찰실 벽에 .. 2020. 6. 3.
31.아이다운 두려움 4--7세의 어린이들은 수술이라면 깜짝깜짝 놀란다. 그리고 실제로 수술을 받을 경우에 받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이 나이의 어린이 환자와 이야기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아이들이 수술을 싫어하는 것은 당연하다. 특히 4세에서 7세까지는 자기 신체에 대해 가장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시기다. 이 나이의 아이들, 특히 5세 전후의 아이들에게는 신체의 모든 부분들이 아주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신체뿐만 아니라 장난간, 옷 ,아끼는 고양이까지도 소중하게 느끼기 때문에, 이 중 어느 하나를 잃어버린다는 것은, 그것이 자신의 신체의 일부이거나 물건이나 간에, 아이에게는 심각한 영향을 줄 수가 있다. 그래서 4--7세의 아이들은 특히 수술을 두려워한다. 그런데 이 시기의 남자아이들은 힘도 과시하고 싶어하고, 용감한.. 2020. 6. 3.
30,아이가 우는 것은 정상이다 아이들이 우는 것은 가슴 아픈 일이다. 진찰할 때나 치료할 때 유난히 우는 아이들은 의사들을 당황하게 만든다. 그러나 그런 기분이 의사로서의 직책을 수행하는 데 방해가 되지 않는 한, 해로울 건 없다. 어떤 의사는 아이가 우는 것이 너무 측은해서 해야 할 일을 제대로 하지 못하거나, 심하면 아이가 우는데 대해 죄책감을 갖는 경우도 있다. 물론 무섭고 아프기 때문에 우는 아이에겐 안심을 시키고 또 가급적이면 불안을 덜어주는 게 좋다. 그러나 달래도 우는 아이라면 상관말고 해야 할 처치를 다 끝내야 한다. 아이들은 단지 무섭고 아프기 때문에 우는 것이다. 그 이상 어떤 것도 아니다. 아플 때는 자기 나이보다 더 어리게 행동할 수도 있겠지만, 자기 나이에 맞게 행동하는 그런 아이일 뿐이다. 아프고 두려운데도 .. 2020. 6.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