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그외 정보/버릇63

흑백병 '내가 주장하는 정론정략이어야만 한다.'는 생각에서 '내가 주장하는 정론정략대로 하면 당리당략에 해가 될 수 있다.'는 겸허한 생각으로 임하면 긴장된 정국도 느슨해지기 시작할 것이다. 통감이란 우리말이 있다. 역사란 뜻이지만 역사보다 뜻이 심오하다. 역사란 지나온 사실에 그치지만 통감은 과거의 사실에 그치지 않고 그 사실을 거울(감)로 반사(통)시켜 오늘의 지혜로 삼는다는 생산적이고 발전적인 듯이 더해 있다. 큰일을 할 때나 또 난국을 타개해 나갈 때 비록 시대의 배경은 다를망정 옛 사람의 시행착오를 참작한다는 것은 실패를 줄이고 실마리를 푸는 좋은 단서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라 다스리는 사람은 위로는 정승부터 아래로는 수령에 이르기까지 궤상에는 각종 통감이 반드시 놓여 있게 하고 통감 행.. 2020. 9. 30.
망년병 경건하게 지난해의 허물이나 실패나 결점을 되돌아 보는 세모의 일주일은 바로 개인이나 기업하는 이나 정치하는 이에게 있어 마이너스감각의 풍속적 보장이랄 수 있다. 망년병은 우리나라에 없었던 외래병이다. 물론 가는 해를 잊는다는 뜻으로의 망년이란 말도 우리나라에는 없었다. 한적에서 망년은 나이를 잊어 버린다. 곧 나이 차이를 초월한다는 뜻으로 쓰였을 뿐이다. 나이가 어릴지라도 재주나 인품을 존중하여 사귀는 친구를 망년지우라 하고 그런 사귐을 망년지교라 했을 뿐 망년회란 말을 쓴 문헌은 없다. 망년회란 말이나 풍습은 일본 말이요, 일본 풍습이다. 그 나라에는 1천4백 여 년 전부터 망년 또는 연망이라 하여 섣달 그믐께 친지들이 서로 어울려 주식과 가무로 흥청대는 세모풍속이 있었던 것이다. 중국에도 세모에 어울.. 2020. 9. 30.
중앙병 벼슬을 하거나 학문을 하거나 예술을 하거나 장사를 하거나 공부를 하거나 취직을 하더라도 중앙, 곧 서울이 아니면 안된다는 이상한 중앙 집약적 논리가 우리 한국인의 현대병 가운데 고질인 '중앙병'을 앓게 하고 있다. 우리 한국 사람은 가운데를 무척 좋아한다. 빈 자리가 드문드문 있는 지정석 없는 기차를 탔다 하자. 어느 손님이든 문간 가까운 빈 자리에 일단 앉고 본다. 한숨 돌리고서 보다 가운데에 빈 자리가 있다는 것을 확인하면 반드시 그 가운데 자리로 옮기는데 예외가 없다. 한국인의 중앙지향이 그렇게 이동시킨다. 아파트의 층별선호에서 그 중앙지향이 완연하게 드러난다. 서양 사람들은 맨 위층이나 맨 가줄에 있는 변경을 우선적으로 선택한다. 한데 우리 한국 사람은 가운뎃줄 가운데층을 보다 선호한다. 상하층의.. 2020. 9. 30.
어른아병 한데 요즈음 자녀들은 아버지의 단절원리는 전혀 작용받지 못하고 어머니의 포용원리에만 무한대로 감싸이면서 자라기에 서른 살이 가깝도록 자립 못하는 의존적 인간이 어른아가 되고만 것이다. 어른아...란 말은 국어사전에 없다. '어른+아이'를 합성해서 만든 말이기 때문이다. 어른과 아이, 곧 성년과 미성년이 공존해 있는 사람으로 어른이기도 하고 아이이기도 하며 반면에 어른도 아니고 아이도 아닌 어중간 한 인간이 어른아다. 아이 속에 어른이 들어앉아 있고 또 어른 속에 아이가 들어앉아 있기도 한 어른과 아이 사이에 매듭이 지어지지 않는 연결 인간이다. 이 어른아는 순박한 아이어야 할 때 걸맞지 않게 어른 행세를 하고 숙성한 어른이어야 할 때 응석부리는 아이 행세를 한다. 요즈음은 온통 매듭상실의 어른아 세대가 .. 2020. 9. 30.
응어리병 그래서 우리 옛 목민의 첫째 조건이 백성의 한과 원을 몰아오는 응어리가 무엇인가를 통찰하여 그 응어리를 풀어주고 또 응어리를 생기지 않게 하는 일이었다. 선조 때 정승 백사 이항복이 조정에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한 여염 부인인 길 앞을 가로질러 갔다. 정승에 대한 무례요, 불법을 저지른 것이다. 이에 전도하는 하인들이 이 여인을 꾸짖고 밀치어 땅에 엎어지게 했다. 집에 돌아와 백사는 하인들을 불러놓고, "길가는 백성을 밀치어 땅에 엎어지게 한 것은 백성의 원을 사는 일로 심히 부당한 짓이다."라고 엄하게 꾸짖었다. 조금 있으니 그 여인이 뒤쫓아와 집이 내려다보이는 언덕에 올라서서 다음과 같이 발악을 하는 것이었다. "머리 허연 저 늙은이가 종들을 놓아 행패를 부려 나를 길바닥에 엎어지게 했으니 네가 정.. 2020. 9. 30.
원심병 결합항을 극소화시키고 대립항만 비대시켜 나가면 개인이나 가정이나 정치사회가 양극화하여 서로 증오하고 헐뜯고 끝내 얻는 것은 파멸밖에 없다. 어느 한 일선 부대에서 장병들의 정서 함양을 위해 공작 한 쌍을 길렀던 같다. 워낙 금실좋기로 소문난 새인지라 낮에는 볕받이에서 거닐다가 비가 내리거나 이슬이 내리는 밤이면 단 두 마리만 들어갈 수 있게 만들어진 침실에 정답게 들어가 있곤 했다. 그 후 또 한 쌍의 공작이 늘어났다. 늘어나면서부터 문제가 생긴 것이다. 금실이 좋은 탓인지 공작은 투정 또한 대단하다. 동물의 공격습성을 연구하여 노벨상을 탄 로렌츠에 의하여 수공작은 그의 날개를 보다 크게, 도 날개의 무늬를 보다 영롱하게 과시하는 것으로 암공작을 유혹한다던데 이것이 남의 각시에 대한 추파라 하여 암공작을.. 2020. 9.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