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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와의 대화/성인 환자를 위하여27

8. 지나치게 친절한 환자는 요주의 환자나 의사의 분노는, 그것이 겉으로 드러나 있거나 숨겨져 있는 것에 상관없이, 대화 자체에 장애가 된다. 하지만 적대적인 환자보다 더욱 어려운 경우는, 오히려 의사를 우러러보면서 지나치게 친절한 환자이다. 사실 의사를 존경하고, 부드럽고 친절하게 반응하는 환자의 경우가 치료의 성공률이 더 높다는 것은 인정한다. 그러나 이런 순진한 감정이 때로는 맹목적인 애정이나 성적인 집착으로 이유없이 발전하는 경우도 있다. 적대적인 환자에 대해 논의되었던 점이 여기서도 똑같이 적용된다. 즉 환자로부터 분에 넘치는 칭찬을 받았을 때, 의사는 환자를 훌륭하게 치료했기 때문이라고만 생각해서는 곤란하다. 칭찬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그 칭찬의 일부는 다른 의사를 향한 것인데, 환자 내부에서 비롯된 이유들 때문.. 2020. 6. 2.
7.의사를 화나게 하는 환자는 화난 환자도 문제지만 의사를 화나게 하는 환자도 또한 문제이다. 의사에게는 가끔 이런 싫은 환자도 찾아온다. 예를 들면, 의사 자신이 강한 반감이나 편견을 가지고 있는 반사회적 성격의 환자들이다. 민주당 의사에게 공화당 환자가 오는 정도의 단순한 관계도 있지만, 훨씬 심각할 수도 있다. 사기꾼, 도둑, 건달, 성적으로 문란하거나 또는 가족에게 몹쓸 짓을 한 환자를 만날 때면, 의사이기 전에 인간적인 감정이나 편견 때문에 객관적으로 진찰하고 대화하기가 어려워진다. 이런 일 때문에 의사의 감정이 너무 약화되면, 환자의 진료에까지 영향을 미치게 된다. 물론 의사라고 해서 도덕적인 문제나 사회적인 문제에 있어서 자기 주장을 모두 버릴 수는 없다. 이상적인 의사는 편견이 없어야 하는데, 이것은 어떤 문제에 대해서.. 2020. 6. 2.
6. 분노를 숨기고 있는 환자 분명히 화가 났는데도 표현하지 않거나, 심지어 화난 것조차도 느끼지 못하는 환자와의 대화는 무척 어렵다. 화가 났을 때 감정을 그대로 표현하는 환자보다 스스로 참으면서 화를 숨기는 환자가 더 힘들다. 잠자는 사자를 깨우기를 주저하는 것이 인간의 심리이고, 또한 환자 자신도 스스로의 분노를 인정하는 것을 싫어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화가 난 듯한 환자를 대할 때는, 그것을 솔직히 표현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대단히 유익하다. 왜냐하면 어떤 감정이든 아주 강렬한 감정이 표현되지 않은 채 숨겨져 있으면 논리적 사고나 이성적 행위를 방해하게 되고, 그 결과 의사의 진단이나 치료에도 지장을 초래하기 때문이다. 때로 이런 감정은 너무나 깊숙이 자리하고 있어서, 경우레 따라선 몇 마디 말로도 기적처럼 싹 가시는 수가 .. 2020. 6. 2.
5.성난 환자에겐 이유가 있다 정신과의사의 어렵고도 힘든 일 중의 하나가 성난 환자와 대화하는 것이다. 괜히 트집을 잡거나, 오해를 하거나, 무조건 반대하거나, 또는 정면으로 화를 내는 환자를 대할 때마다, 의사의 반응은 여러 가지다. 고운 말로 타이르기도 하고, 같이 화를 내거나, 야단을 치기도 한다. 또 어떤 의사는 환자의 성난 말투나 제스처 등을 완전히 무시하고, 마치 아무 일 없는 것처럼 평범하게 대하기도 한다. 의사의 성격이나 그때의 상황에 따라 여러 가지 반응이 있을 수 있으나, 중요한 것은 그 환자가 무엇 때문에 그렇게 화가 났는지를 알아내는 일이다. 우선 화가 난 환자에게 주저하지 말고 그가 화난 것같이 보인다고 말하는 게 낫다. 확실치 않으면, 그를 염려하는 입장에서 화난 일이 있느냐고 물어야 한다. '화났다'는 표현.. 2020. 6. 2.
4.불안하기는 의사도 마찬가지 환자의 불안, 또는 환자의 불안한 이야기 자체가 의사마저 불안하게 만드는 경우가 있다. 의사도 사람인지라 환자가 갖는 모든 감정을 그대로 느낄 수 있다. 어떤 의사들은 이러한 불안감을 견디지 못하고 환자의 진료를 아예 포기하는 경우도 있다. 의사는 흔히 사용하는 방어 기제에 따라 나름대로의 방법으로 불안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불행히도, 불안을 피 할 수 있는 기적적인 방법은 없다. 그런데 환자는 의사보다 더 불안해하고 겁을 먹을 특권(?)이 있다. 하지만 의사는 환자 앞에서 자신의 불안을 드러내서는 안 된다. 그럼에도 어떤 의사들은 환자 앞에서 자신이나 가족에 관한 이야기를 하면서 불안을 털어놓는다. 불안하고 고통스러운 것은 이야기를 하면서 불안을 털어놓는다. 불안하고 고통스러운 것은 환자만.. 2020. 6. 2.
3.불안, 위험을 알리는 마음의 신호 환자와의 대화에서 꼭 염두에 두어야 할 가장 중요한 것은 모든 한자는 불안하다는 사실이다. 따지고 보면 환자뿐 아니라 우리 모두가 불안하다고 느끼는데, 그 불안이란 우리에게 위험을 알려주는 마음의 신호이다. 위험 신호라는 의미에서 보면, 불안은 통증과도 같이 없어서는 안 되는 아이러니컬한 것이다. 무슨 어려운 문제가 시작되거나 또는 생길 것 같은 예감이 들면, 우리 마음은 곧 여러 가지 형태의 불안에 휩싸인다. 그래서 불안의 정도나 그 형태에 따라 우리 몸에 시시각각으로 일어나고 있는 문제의 심각성을 파악할 수 있게 해 준다. 이러한 불안은 신체적 질환에서도 비롯되고, 스트레스나 갈등 등의 실리적 요인, 또는 환경으로 인한 마찰이나 위험에서도 생긴다. 이러한 경고 신호 때문에, 다가올 위험에 대비해 그 .. 2020. 6.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