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환자와의 대화/성인 환자를 위하여27

14. 알코올 중독, 끝없는 인내만이 해결책 대부분의 의사들은 알코올 중독 문제가 심각하다는 점에 의견을 같이한다. 알코올이 잘못 사용될 때 한 개인을 몰락시키고 가족을 파괴할 뿐 아니라 사회를 위협한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러나 의사 자신도 알코올 중독에 대해 뚜렷한 해결방법을 지세하지는 못하고 있다. 사실 누구도 확실히는 모른다. 의학적으로도 이를 성공적으로 치유하는 방법은 아직 없다. 과음으로 인한 부작용은 치료할 수 있어도 알코올 중독 자체는 정말 어려운 문제이다. 그렇다면 알코올 중독 환자와 대화를 통해 해결책을 모색해 보아야 한다는 결론인데, 이 또한 그렇게 쉽지만은 않다. 많은 의사들은 몇 번 속고 나면 다시는 알코올 중독자와는 이야기도 하고 싶어하지 않게 된다. 그래도 실망하지 않고 계속해서 줄기차게 알코올 중독자와의 대화를.. 2020. 6. 2.
13. 죽음을 앞둔 환자의 '알 권리' 만성병으로 신음하는 환자나 또는 임종이 가까운 환자와 대화하는 일은 정말 힘들다. 이는 환자 때문이기도 하지만, 보다 더 큰 이유는 의사 자신에게 있다. 많은 의사들은 죽음을 몹시 두려워하는 나머지, 죽음에 임박한 환자들 앞에서는 자신이 마땅히 해야 할 일도 제대로 하지 못한다. 그리고 이 두려움 때문에 병상방문을 가능한 한 꺼리거나, 아니면 보호자나 간호사를 통해 겨우 돌봐주는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게 된다. 어쩌다 병실에 들어서더라도, 가능한 한 빨리 그곳을 벗어나려 한다. 환자가 아프다거나, 못 먹는다거나, 잠이 오지 안는다는 등의 고통을 호소하면, 의사는 즉각적으로 "곧 처방을 해 드리지요" 라며 밖으로 나와 버리기 일쑤다. 이러한 의사들에게 더 이상 환자 진료를 기대할 수는 없다. 환자와 시간을 .. 2020. 6. 2.
12. 마음속의 죄책감을 어루만지고 죄책감에 사로잡힌 환자를 흔히 무관심하게 지나치는 경향이 있다. '그만한 일이 무슨 잘못이나 된다고......', '그게 뭐 그리 나쁜일인가......' 라고 너무 간단하게 결론을 내려서는 안 된다. 그렇다고 또 이런 환자들에게는 무턱대고 위로만 한다고 되는 것도 아니고, 좋은 것도 아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우선, 환자의 이야기를 충분히 들어야 한다. 그런 후에 하는 말이라야 환자가 믿을 수 있고, 또 효과가 있다. 그런데도 계속 죄책감으로 고민하면, 그에게는 무언가 깊은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추정하고 더 많은 대화를 가져야 한다. 환자가 계속해서 죄책감으로 고민하는데도 위로만 해 주는 것은 환자의 무의식적인 정신 생활이 존재한다는 것을 부인하는 셈이다. 따라서 환자의 그런 감정은 존중해 .. 2020. 6. 2.
11. 슬퍼함으로 치유되는 슬픔 가족이나 가까운 친지를 잃은 지 얼마 안 된 환자와 대화하는 일은 비교적 쉽다. 이러한 환자들을 대할 때 한 가지 명심해야 할 것은 상실감의 고통을 겪도록 한동안 그냥 두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들은 주는 것은 당연하다. 배우자의 죽음을 애도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은 당연하다. 의학적으로, 사랑하는 사람을 병이나 혹은 다른 이유로 잃었을 때는 애도 반응이 일정한 과정을 밟아 진행되는 것으로 밝혀져 있다. 우리 머릿속에서는 어떤 정신적 과정이 일어나게 되는데, 이러한 과정들이 바람직하게 이루어지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애도의 시간은 치유의 시간이며, 밟아야 하는 과정들은 비록 괴로워도 모두 훌륭한 치료제인 것이다. 죽음이란 한 사람의 삶의 끝이다. 그러나 남아 있는 친척들이나 친구들에게 그는 완전히 죽은 .. 2020. 6. 2.
10. 대화를 방해하는 눈물 눈물은 생각보다 많이 환자와의 대화를 방해한다. 환자의 눈물에 약한 의사가 의외로 많다. 화자가 우는 것을 보면 못 견디는 의사들은 환자가 울면 울지 않게 하려고 애쓰게 된다. 환자 자신도 눈물이 나면 이야기를 못하게 되니 의미있는 대화는 완전히 불가능하다. 눈물을 보이는 것이 과연 나쁜가? 환자가 눈물을 흘리면 무엇 때문에 의사마저 안절부절하는지 나로서는 이해하기가 어렵다. 의사가 환자를 울린 것도 아니다. 의사가 그를 불행하게 만들거나 또는 병들게 만들지도 않았다. 환자는 그들의 사랑이나 분노처럼 자신의 개인적인 문제 때문에 눈물을 흘리는 것이며 의사가 책임을 져야 할 필요는 없다. 흔히 사람들은 눈물이 저절로 그치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있다. 대부분의 의사들은 환자가 울면 그치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있.. 2020. 6. 2.
9.환자에게 친절히, 그러나 충고는 신중히 환자가 의사를 찾아올 때는, 치료를 받는 것은 물론이고 적절한 충고도 함께 기대한다. 사실, 치료 자체가 충고나 지시를 하는 행위이기도 하다. 그래서 충고를 주고받고 하는 것은 진료실에서 언제나 있는 일이다. 그러나 환자들의 질문이 너무 엉뚱해서, 좀 다른 방법으로 처리해야 할 필요를 느낄 때가 있다. "간질이 유전병입니까?", "암은 고통스럽지요?", "사촌끼리 결혼해요......", "그런데 참......", "그냥 궁금해서 물어보는데......" 등 서두는 이렇게 마치 아무 일도 아닌 것처럼 시작한다. 때로는 남의 이야기처럼 하는 수도 있다. "제 사촌이 알고 싶어하는데, 암은 유전됩니까?", "친구가(아니면 옆집 사람이)알고 싶어하는 건데......" 하는 식이다. 중요하고 심각한 질문일수록 별로.. 2020. 6.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