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외 정보436 청탁병 유럽 인이 껍데기 있는 달걀이라면 한국인은 껍데기 없는 달걀이다. 껍데기가 있으면 달걀 하나하나가 독립할 수 있지만 껍데기 없는 달걀은 유동성 때문에 독립할 수가 없다. 사대부를 예우했던 옛날에는 죄가 있어도 그 죄명을 바로 대질 않고 체면을 세워 주기 위해 그 죄를 암시하는 까다롭고 막연한 말을 만들어 썼던 것이다. 이를테면 가문에 음행이 있으면 안방을 가리는 발이 정돈되지 못했다는 뜻으로 '유박불수'라 했고, 청탁을 잘 받고 뇌물을 잘 먹으면 제사 지내는 제기가 깨끗하지 못하다는 뜻으로 '보궤불칙'이라 했던 것이다. 임진 국난 때 명상인 이원익이 벼슬아치의 기강을 다스리는 사헌부에 있을 때 당시 정승이던 윤두수 대감을 '보궤불칙'했다 해서 탄핵한 일이 있었다. 그런 일이 있은 연후 이원익은 공사로 윤.. 2020. 9. 27. 쓰레기병 썩힌다는 것과 태운다는 이 차이는 그의 품으로의 회귀를 포용하는 대지와 회귀를 거부하는 대지와의 사이에서 일어나는 문화현상이랄 수가 있다. 짚신 썩어 나무 잘 자라고 연전 한 90대 노인이 라디오의 '장수무대'에 나와, 전라도 남원땅에서 한양을 걸어서 오르내렸던 이야기하는 것을 들은 적이 있다. 그 한양 6백 리 길을 나설 때는 스페어 짚신 열 켤레를 메고 떠나게 마련인데, 약 50리 길에 한 켤레씩 닳아 없어지는 것이 상식이라 했다. 그 짚신 한 켤레 닳아 못 신게 될 만한 곳에 반드시 '신나무'로 불리는 고목이 서 있어, 그 나뭇가지에 해진 짚신을 매달아놓고 떠나곤 하는 나그네 풍속이 있었다 한다. 그리하여 한양에서 일을 보고 돌아올 때면, 이미 그 신나무에 걸어 두었던 짚신이 풍우에 썩어 문드러져 .. 2020. 9. 27. 부인병 아버지란 장에 가서 비단구두를 사오게 하는 이기적 필요성과 나팔꽃을 피우기 위해 새끼줄을 치는 노동을 필요로 할 때, 엄마 위해주기 위해 엄마 아빠 좋아하는 마지못할 경우에만 등장한다. 집안에 틀어박혀 있는 여덟 살 난 아들놈을 밖으로 몰아내고자 '넌 친구도 없느냐.'고 따졌던 일이 있다. 이따금 옷도 좀 버려갖고 들어오고, 더러는 싸워서 다치기도 하며, 계집아이도 좀 놀려 울리기도 했으면 싶은 그런 요즈음 아이들의 비활성과 자폐 성향을 염려한 아버지로서의 질문이었던 것인데 놈의 엉뚱한 반문에 오히려 말려들고 만 것이다. "아버지는 나만했을 때 친구가 많았어?" "그럼, 동네 아이들은 모두 내 친구였지." "...여자 친구도요? "그럼 여자 친구도 많았었다." 이런 일이 있은 지 며칠 후 퇴근길에 집 앞.. 2020. 9. 27. 모인병 모인성이란 곧 응석을 다 받아들인 어머니의 과보호성 '사육' 때문에 형성된 의존체질이 어떤 기회에 만족되지 않을 때 생기는 체질적 반발 현상인 것이다. 어릴 때는 왠지 형님 따라가 억세게 놀고 싶은데도 형님은 주먹질 돌팔매질까지 하며 억세게 따라오지 못하게 했던 것이다. 요즈음 아이들 같으면 어머니에게 가 비죽비죽 울면서 일러바쳤을 것이나, 나는 집에 돌아와 형님의 국어책장을 찢어발겼던 기억이 난다. 형제가 많기도 했지만, 고달픈 소작농으로 들판과 부엌을 오가며 살림을 꾸려나가야 했던 어머니인지라 아이들의 응석이나 아양을 받을 심신의 여유가 없었을 것이다. 응석을 받지도 않을 뿐더러 아이들에게 공부 잘하라든지 뭣이 돼달라고 원한다는 법도 없었으며 모진 환경에 시련받아 성숙한다는 법도, 도 환경의 시련으로.. 2020. 9. 27. 사치병 인간욕구의 발전에 경제적 뒷받침을 한 것이 에이브러헴 머즈로다. 농업화 사회에서는 생리 욕구가, 공업화 사회에서는 소유욕구가, 탈공업화 사회에선 존재 욕구가 발생하게 마련이다. 열등감 보상위해 소유욕이 아무리 세계적인 블루 진 시대라 하지만 귀밑머리가 흰 나이에 블루진이 격에 맞지 않는다는 것쯤 스스로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한데 연전 미국 여행중 별나게 맘에 들었던 진 바지 하나를 샀다. 그것은 바짓가랑이 위아래 부분의 빛깔이 볕에 바랜듯이 좀 다른 짝바지였다. 이 짝바지를 입고 다니고자 산 것만은 분명히 아니다. 어떤 사람에게도 특정의 물건에 대해 편집적인 소유욕이 발동하듯 나에게는 바지 소유에 대한 편집증이 있어 왔으며 그 그지없는 병적 소유욕이 그것을 사게 한 것뿐이다. 오랜 전쟁으로 먹고 입는.. 2020. 9. 27. 중원문화에 맹종하는 버릇 한국적이란 개념이 탄생한 것은 일제 침략시기였다. 민족과 민족문화 말살에 저항하여 민족을 민족문화의 유지하고 명맥을 잇기 위한 안간힘의 표현으로 '한국적'이란 개념이 형성되었던 것이다. 문화권을 분류하는 한 방법으로 문화인류학에서는 중원문화(Central culture)와 변경문화(Marginal culture)로 양대별 한다. 중원문화란 어떤 역사 시기에 있어 가장 우세하다고 자타가 인정하는 그런 문화권의 문화를 뜻한다. 이를테면 서양에 있어 기원 전의 희랍문화, 기원 직후의 로마문화가 그렇고 근세에서는 프랑스문화가 중원문화요, 동양에 있어서는 중국문화가 그것이다. 이 중원문화를 중심으로 하여 그 문화의 영향권에 있는 주변의 위성문화권을 변경문화권이라 한다. 이를테면 16세기 전후의 독일, 영국 등 유.. 2020. 9. 27. 이전 1 ··· 14 15 16 17 18 19 20 ··· 73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