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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외 정보436

지름길을 좋아하는 버릇 순리란 어떤 사물의 일부분과 그 일부분을 포함한 전체와의 관계를 의미한다. 또 세부적인 일을 할 때 그것이 내포된 전체를 머릿속에 그리는 감각이 바로 순서감각인 것이다. 연전 어느 가을철에 미국의 동부를 자동차로 가로지르다가 공업도시인 맨체스터에서 폭설을 만났다. 가벼운 옷차림이었기에 방한복 하나를 사입고자 옷가게에 들렀다. 진열장 속에 갖가지 디자인과 여러 색깔의 방한복이 걸려 있었다. 나는 그 중에서 가장 맘에 드는 빛깔과 디자인으로 된 것을 골라 아가씨에게 꺼내 달라고 했다. 한데 이 아가씨는 꺼내 줄 생각은 않고, 나의 몸 사이즈를 물었다. 몸이 크다는 것만 막연하게 알고 있을 뿐 내 몸 사이즈가 얼마나 되는지, 더욱이 미국 사이즈에 상식이 없는 나로서는 확답을 할 수가 없었다. 확답을 하지 않은.. 2020. 9. 27.
자조하는 버릇 곧 한국인은 탈한국 운동도 끊임없이 하고 있다. 그러기에 한국은 머지않아 한국이라는 특수성으로 좁아지는 세계에 존립할 가치를 상실하고 말 것이다. 한국에 관한 옛 중국 문헌을 읽다가 '고려취'란 낱말을 본 일이 있다. 백인에게 노린내, 호인에게 되내가 나는 한국인의 민족냄새를 그렇게 표현했던 것 같다. "열하일기"의 저자 연암 박지원에 의하면 한국말 고린내의 어원이 바로 '고려취'라는 것이었다. 그는 연행길에 이 '고려취'란 말이 생기게 된 동기를 직접 체험했던 것이다. 사신이 행차할 때는 경우에 따라 수백 명에 이르는 가마꾼과 말몰이꾼 등 종들이 수행하게 마련이다. 무도한 이들은 행패도 심했으려니와 몸의 청결도 말이 아니었다. 몇 달 동안 모랫바람을 안고 걸어야만 하기에 몸을 청결히 할 엄두도 못내는 .. 2020. 9. 27.
높은 사람에 약한 버릇 사장부인은 사장의 부인일 뿐이지 회사의 서열과는 전혀 관계없는 직위에 있다. 한데도 남편의 직위인 사장에다가 자기 자신을 동일시하여 사장이 누린 권위를 사원이나 사회에다 누리려 한다. 체호프의 단편소설에 "관리의 죽음"이라는 게 있다. 이 소설의 주인공 이반 체르 비야코프는 회계검사원이라는 하급관리다. 이 이야기는 이 하급관리 이반이 영화구경을 가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구경하는 도중 이반은 크게 재채기를 한다. 재채기는 일종의 생리현상으로 참으려 해도 참아지지 않는 것이기에 많은 관중들도 이 이반의 재채기에 별반 신경을 쓰지도 않는다. 한데 재채기를 하고 난 이반은 바로 제 앞줄에 앉아 있는 분이, 황제가 직접 임명한 운수성의 칙임관인 고급관리 브리스쟈로프임을 알게 된다. 이반의 재채기에서 튀어나온 침.. 2020. 9. 27.
완전해야 성이 풀리는 버릇 한국의 완전주의는 그 모든 개성이나 자질을 모두 갖추도록 가르치고 있다. 완전이란 힘들고 어려워 그 '완전'을 성취하기란 역사적으로 극히 소수의 사람만이 가능했던 것이다. 남도에서 봄에 피는 진달래꽃을 '참꽃'이라 하고 진달래가 지면서 피어나는 철쭉꽃을 '개꽃'이라 한다. 우리나라 말에서 '개'란 접두어는 개떡, 개살구, 개구장 이, 개차반 등이 말해주듯 진짜가 아닌 가짜 혹은 본질적인 것이 아니라 부수적인 것, 우선적인 것이 아니라 차선적인 것, 완전한 것이 아니라 불완전한 것을 뜻한다. 왜 진달래에 '참'이 붙고 비슷한 생김새에 비슷한 빛깔인 같은 과의 꽃인 철쭉에는 '개'가 붙었을까. 꽃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철쭉꽃이 진달래에 비해 훨씬 아름답다. 그렇다면 아름다운 것이 생명인 꽃이고 보면 '참'과 .. 2020. 9. 27.
힘없음을 내세우는 버릇 무력에의 공감이 한국인에게는 어떤 도덕, 질서, 법률, 권력의 가치보다 우위에 있으며, 이 공감을 촉발시킴으로써 한국인은 이같은 가치로부터의 소외에서 구제받았던 것이다. 언젠가 택시 정류장에서 있었던 일이다. 열지어 서 있다가 차례가 되어 택시를 탔다. 한데 나보다 먼저 앞자리에 올라타는 젊은이가 있었다. 운전사는 아마 일행인 줄 알았는지 이 낯선 두 사람을 태우고 달리기 시작했다. 앞자리 손님과 뒷자리 손님과는 시비가 붙을 수밖에 없었고 무법자인 앞자리 손님이 궁지에 몰릴 수밖에 없었다. 궁지에 빠져 더 이상 시비를 할 수 없게 되자 이 젊은이는 나는 권력도 빽도 없는 노동자니까 맘대로 하시구려 하며 자세를 고쳐 눌러앉는 것이었다. 왜 난데없는 권력도 빽도 없는 무력자를 내세우는지 도시 알 수 없었다... 2020. 9. 27.
여가를 악덕시하는 버릇 누가 취미생활을 여가란 말로 번역했는지 자못 한국적이랄 수가 있다. 곧 할 일 없는 여기에나 할 일이지 서양 사람들처럼 권리로서 누리려 한다는 법은 없다. 영국 케임브리지에 들렀을 때 나는 그 유명한 케임브리지 대학보다 그곳에 소문난 달리아 공원을 먼저 들렀었다. 공원 이름이 달리아가 아니라 그 공원의 한쪽에 세계적으로 유명한 달리아 화원이 잘 가꾸어져 있었기로 그같은 이름으로 통칭되고 있었다. 나는 이 달리아보다 이 달리아를 가꾼 피콕크라는 노인에게 보다 매력을 느꼈던 것이다. 이 노인은 주급 17파운드의 난방공사 인부였다. 집세로 매주 천 파운드씩 지불하고, 13파운드로 생계를 꾸려나가야 했기에 고달픈 인생이라 할 수 있다. 한데 그에게는 달리아 기르는 취미가 있어 시청이 관리하는 공원의 한쪽 모퉁이.. 2020. 9. 27.